주몽을 부탁해

'주몽'이 종영됐다. 대통령이 부러 주몽타임에 담화했다며 핀잔까지 듣게 만든 드라마다. 이에 시대의 양심이자 실천적 지성, 대략 40회부턴 시청자의 일원이었던(꽥) 본인이 한 마디 안 할 수 없겠다.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건 할 일이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 볼 때부터 심상치 않던 퀄리티는 60회에 육박하자 참담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급기야 '사상 최악의 사극'이란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지만 그놈의 관성이 뭔지... 바빠서 놓친 회차는 꼬박꼬박 다운까지 받아가며 챙겨봤음을 고백한다.

A컵도 못 채우는 스케일, 판타지만화 컨셉, 개그같은 연기, 중구난방 스토리, 우뢰매주의 미술, UCC수준의 촬영 등 '주몽'이 보여준 쌍티는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심지어 국장님, 혹은 PD 딸내미쯤 되는 애들은 뭐 그리 많이 나오는지... 대사도 없는 쓸모없는 캐릭터 불쑥불쑥 만들어서 구태여 앵글 잡아주는 장면엔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고년들 뜨고 싶으면 벗을 일이지... 그 편이 빠르다구.

하지만 무엇보다 답답했던 건 주인공 캐릭터였다. 어떤 사극이라고 안 그렇겠느냐마는 도대체가 주인공이 인간미라곤 없다. 항상 대의만 생각하고 사사로운 욕심은 절대 없으며, 개인적인 고뇌는 강가에 가서 혼자서만 한다. 포용력은 어찌나 넓은지 남에게 해코지 하는 법이 없으며, 열 길 물속도 알고 사람 속까지 다 아는 완전무결 초인인 것이다. 아니 나라 씩이나 세우는데 토사구팽도 서슴지 않는 독한 놈인데다 발정난 수캐에, 때로는 살아남기 위해 기꺼이 적장의 비데가 되는 비굴한 놈이면 안 되는거야?? 그런다고 누가 흉 봐??

허허 근데 이쯤에서 재밌는 생각이 든다. 나랏일 씩이나 하신다고 온갖 암투에 협잡질, 대국민 사기극을 일삼는 분들은 너무나 익숙하지 않던가(정치인과 공무원만 얘기하는 게 아니다). 더군다나 이 분들이 내거는 대의명문이 항상 '국가와 민족을 위한 선견지명!'이었음을 떠올리면 섬뜩한 기분이 든다. 당신들 말이야... 너무 인간적이잖아!

지금 우리는 한반도 역사상 유례없이 민주주의가 만개한 시대에 살고 있다. 대통령한테 육실할 욕짓거리를 퍼붓고 대놓고 오줌을 찌려도 어디어디 지하실로 끌려가 취조 당하는 일 따위는 없다. 또한 대한민국 역사상 정경, 정언유착의 사슬이 유례없이 약한 시대에 살고 있기도 하다. 비자금이 사라졌을 리 만무하지만 적어도 차떼기, 책떼기 따위의 돈냄새 진동하는 뉴스는 안 봐도 된다. 정치부 기자들의 두둑한 용돈이었던 촌지도 이제는 옛날 얘기다.

이거 정말 좋은 세상이다. 단군 이래 이 정도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던가.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 시민들은 피묻은 과실을 따먹을 줄만 알지 달콤한 맛을 즐길 줄은 모르는 것 같다. 신민의식이 골수까지 배어있는 탓이다. 대통령이 말이 많아 경망스럽다며 과묵하게 계엄령 선포하고 탱크로 정치하던 군주상을 그리워한다. 안 그래도 미운 놈... 촌지까지 안 주니 더 미워 죽겠다고 막말하는 언론에 부화뇌동하다가, 뒤돌아서선 네이버 초딩 찌질이들이 악플 단다며 근엄을 떤다.

이쯤에서 나는 혼란을 느낀다. 낮에는 포청일, 잠들면 용왕일 하느라 이중고에 시달렸던 포청천부터 허준, 왕건, 연개소문, 대조영, 주몽까지... 우리의 심금을 울린 슈퍼히어로들은 모두 비인간적인 분들이었다. 그런데 우리 시민들은 어찌하여 건국 이래 도덕적으로 가장 비인간적인 수장을 그렇게도 싫어하는가? 도대체 어떤 상상력이 발동했기에 건국 이래 도덕적으로 가장 인간적이었던 분들에게 다시 표심을 드러내느냔 말이다.

너무나 인간적인 귀족들에 데여서 기 한 번을 못 펴다가
TV 드라마 속 비인간적 군주에 의지하여 애정만세를 외쳐대나
정작 민주주의를 손에 쥐어주니 몸에 익은 신민의식이 반응하여
혁명가들 그려져 있는 티셔츠나 한 두 장 팔아주고
획책에 말려들어 귀족분들께 다시 권력을 쥐어준다...

아... 정말 안타깝다 못해 가여운 순환이다.

반론이 있을게다. 우리의 슈퍼히어로들은 도덕적으로 비인간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업무수행능력에서 발군이었다고... 물론이다. 나 역시 노통장에게 헌사 따위나 바치려고 이런 글을 쓰진 않는다. 현실 정치에서 이라크 파병같은 건 어쩔 수 없다쳐도 한미FTA, 주한미군 평택이전이 얼마나 실망스러웠는지는 지지자 아니면 모른다.

어중간한 실용주의 정책들도 그렇다. 정치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외교적으로든 지지자들은 그보다 더 빨갱이적인 정책을 원했다. 시민들은 착각하지 마시라. 덜 실용적이어서가 아니라 '유연한 진보' 운운하며(개인적으로 상당히 공감하지만) 빨간 넥타이를 벗어 던진 것이 지지자 이탈의 이유라는 걸. 그 정도 수준의 좌향조차 버거워 하는 시민사회의 경직성이야말로 끔찍하다는 걸 말이다. 게다가 개인의 종교적 신념으로 일국의 수도를 주님께 봉헌하고 수양제도 뜯어말릴 대운하 건설을 공언하는 사람이 대안이라니... 전군은 대폭소 일발 장전... 하!!!

노통장 때문에 없어진 삼천포로 이야기가 샜는데...
대통령이 국가 운영에 중대한 엑스팩터임은 분명하나 그래봤자 공화정 대의민주주의 제도하의 국가 수장이고 행정부 수반이다. 절대왕정의 군왕이 아니다. 그러니 자신을 신민으로 낮출 필요도 없고 지긋지긋한 인간적 면모를 용인할 필요도 없다. TV 드라마 속 슈퍼히어로에 열광하며 대리만족 얻을 것 없이 당당하게 요구하면 되는 거다. 비인간적인 지도자가 되라고.

이 때 도덕성이 필요조건이고 업무수행능력이 충분조건임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당신을 향해 총질을 한 지 불과 30년도 안 됐고, 근무하던 넥타이 부대들이 민주화운동 한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지 20년밖에 안 됐으며, 군사정권에 기탁하지 않은 문민정권이 탄생한 지는 채 10년이 못 됐다. 어차피 대통령은 비전만 제시한다. 실무는 각료들이 한다. 절대.네버.에버. 도덕성이 우선이다.

이놈의 시대는 양면적이다. 한 쪽에선 시스템을 따르라 하고 다른 한 쪽에선 풍족한 자유를 주겠다고 한다. 전자만을 따르거나 전자를 통해 후자를 이루겠다는 건 메트릭스에 살겠다는 말밖에 안 된다. 반대로 후자만을 따르려면 가난뱅이 게릴라가 돼야 한다. 고로 이건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양자조합의 문제다. 조합을 완성해 상수로 만들려면 우리가 40%의 시청률로 '주몽'에 보냈던 환호를 현실에서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주어졌다(given)' 개념은 이럴 때 써야 한다. 그것이 시민사회다.

by jdzinn | 2007/03/08 04:01 | old contents | 트랙백 | 덧글(0)

스매싱 펌킨스, RATM 재결성!!

SMASHING PUMPKINS ANNOUNCE TITLE, RELEASE DATE FOR NEW ALBUM

Posted by Scott Heisel on 07-Feb-07 @ 11:57 AM

Influential '90s alt-rock band Smashing Pumpkins have announced that they have titled their comeback album Zeitgeist. The disc, work on which was begun last April, will be released on July 7 (or 7/7/07) -- a highly unconventional release date, as it is a Saturday, and most new releases fall on a Tuesday.

Frontman Billy Corgan originally announced plans to reunite the band via a full-page ad taken out in the Chicago Tribune last June; since then, news regarding the group, including just who will be in this revived lineup, has been slim. Outside of Corgan, the only other confirmed member is drummer Jimmy Chamberlain.

스매싱 펌킨스의 새 앨범 타이틀이 Zeitgeist(시대정신)로 정해졌다고.
정식 발매일은 2007년 7월 7일.

빌리 코건은 작년 시카고 트리뷴을 통해 재결성 의사를 밝혔는데,
현재 확인된 멤버는 드러머 지미 체임벌린이 유일하다는 소식.

소스는 얼터너티브프레스.
더 자세한 소식은 NME로... http://www.nme.com/news/smashing-pumpkins/21996



아울러 RATM 재결성 소식...

Rage Against the Machine will reunite for Coachella
Red Hot Chili Peppers and Björk also top the bill for the three-day music festival.

Rage Against the Machine, the seminal L.A. band that made heavy music into political manifesto, will reunite after a seven-year lull for one show as the headliners at the 2007 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Sources say Rage, which played the main stage at the first Coachella in 1999, will be joined by other familiar faces for the eighth edition of the festival, which covers three days this year and begins April 27: Red Hot Chili Peppers, which headlined in 2003, are back, as is Björk, who topped the bill in 2002.

Organizers were mum this weekend and it was not clear which day Rage or the other acts were slotted to play; that announcement is expected in the next few days. Other acts expected in the eclectic lineup: Arcade Fire, Interpol, Willie Nelson, the Roots, Manu Chao, the Decemberists, Arctic Monkeys, Sonic Youth, Crowded House, Air, Tiësto and Kings of Leon.

Tickets go on sale Saturday, via Ticketmaster. Three-day passes will cost about $250 and there will be a limited number of single-day passes available.

The headliners are not novel, but they are potent. The Peppers are up for their first best album Grammy right now, and Björk remains a mesmerizing figure to fans of avant pop. But in Southern California rock circles, there is very little that could compete with the excitement of a Rage Against the Machine reunion. The quartet's hybrid of funk, rap, metal and leftist ideology was as subtle as a Molotov cocktail; in the 1990s, its aggro-anthems made it the only band that mattered to a fan base that included East L.A. protest kids as well as those in Hollywood punk circles, college dorms and mainstream rock festival mosh pits, where politics were secondary to the group's feral energy.

The band is vocalist Zack de la Rocha, guitarist Tom Morello, bassist Tim Commerford and drummer Brad Wilk. Their split came amid rumors of bad blood between De la Rocha and his mates, who went on to work with Chris Cornell in Audioslave. However, Morello and De la Rocha appeared together at a 2005 rally for the urban farmers of a South Los Angeles community garden.


RATM이 4월 27일부터 3일간 펼쳐지는 2007 코첼라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등장한다는 소식.
RHCP와 비욬을 비롯해서 아무개 아무개들이 나온다고 하는데 재결성한 펌킨스의 무대도 점쳐지는 듯?
쨌든 RATM의 재결성은 펌킨스와는 달리 이번 공연을 위한 일회성 이벤트가 될거라고.

소스는 LA Times.


지난 2000년 서울에서 연달아 단독 콘서트를 가진 두 팀이 같은 시기에 재결성 한다니...
특히나 본인 올타임 페이보릿 호박들은 앨범까지... 흑흑

by jdzinn | 2007/02/08 22:50 | old contents | 트랙백 | 덧글(2)

챔피언쉽 시리즈 뢥업

뢥업이랄 건 없고 그냥 써야할 것 같아서.

ALCS - jd said White Sox in 5 over Angels

1차전을 천사네가 가져갔으나 2~5차전까지 벌리, 갈랜드, 가르시아, 콘트레라스가 미친 4연속 완투승을 거두면서 하얀양말이 가볍게 승리.
천사네로선 2차전 주심의 낫아웃 오심부터 시작해서 시종 오심에 시달리다가 힘없이 패배.
대괴수 블라디미르 게레로는 20타수 1안타의 대부진을 겪는동안 고작 40개의 공만 보는 극심한 부진으로 패배의 원흉이 됨.
에이스 바톨로 콜론이 디비젼시리즈에서 부상으로 아웃된 것도 안좋았음.

NLCS - jd said Cardinals in 6 over Astros

레드버즈가 거듭되는 부상, 오심, 에러 등으로 이상한 분위기 속에 고전하다가 결국 패배.
상대 로이 오스왈트가 2번의 선발등판에서 적이지만 정말 죽여주는 피칭으로 애스트로스를 창단 후 첫 월드시리즈 진출로 이끌었음.
본인 백웰과 비죠의 오랜 팬이었는데 이들의 행운을 빌어주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울팀 역시 워커옹이 은퇴를 앞두고 반지를 꼈으면 했는데 에구... ㅠㅠ

마운드는 제 역할을 해줬으나 타선이 완전 침묵하면서 질질 끌려다녔음.
정상적으로 우리 야구만 했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는데 천운이 상대편에 있었음.
집중력이나 정신력에서 애스트로스가 더 강인했음을 인정... 축하해요 휴스턴.

밑에 글에서도 밝혔듯이 5차전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아름다운 경기를 봤기에 여한은 없음.
비록 패배했지만 부쉬스태듐에서 고별전을 가질 수 있었으니 세인트루이스 홈팬들도 만족했을거야.
갈무리가 아쉬웠지만 우리 레드버즈들... 주축들이 대거 부상과 부진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음에도 강한 정신력과 끈끈한 팀워크로 2년 연속 100승 달성.
정말 수고했고 고마웠어.
23년 연속 우승에 실패했지만 24년째에 도전하면 되지 뭐.
24년째에도 안되면 25년, 26년... 100년이 걸리더라도 변함없이 응원할거야.

시즌 개막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끝이라니...
GM 자케티가 오프시즌 팀을 알차게 정비할 거라 믿으면서.

with all my heart.
see you Cardinals.

by jdmorris | 2005/10/20 21:35 | old contents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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